공지사항

부정발급된 남의 인감증명으로 3억원 대출…행정기관 책임 없어

관리자

2026-07-01 09:35 게시

조회 1164

남의 인감증명을 부정발급받아 그 사람의 주민등록증과 인감도장을 위조한 후 그 사람 이름으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았더라도 금융기관이 전액 책임을 져야 하고, 인감증명을 부정발급한 구청은 금융기관에 대해 이로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2002년 3월25일 새 인감증명법 시행 이후 인감증명의 기능과 관련해 나온 첫 판결이어 주목된다.



재판부에 따르면 새 인감증명법 아래서는 인감증명이 인감 자체의 동일성만 증명할 뿐이고, 거래행위자의 동일성 및 거래행위가 행위자의 의사에 의한 것임을 증명하는 기능이 없어 금융기관이 부정발급된 인감증명서를 소지한 당사자를 본인으로 믿고 돈을 빌려줬더라도 인감증명서의 부정발급과 대출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



서울고법 민사6부(재판장 윤재윤 부장판사)는 8월16일 H상호저축은행이 부정발급된 인감증명 때문에 대출금을 편취당했으니 책임을 지라며 서울시 구로구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06나12390)에서 피고 패소판결한 1심을 뒤엎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오모씨는 2004년 6월16일 피고 구청을 찾아 김모씨를 사칭하며, 김씨의 인감증명을 허위로 발급받아 김씨의 주민등록증과 인감도장을 위조한 후 1주일후인 6월23일 원고를 찾아가 김씨 소유의 서울 개포동에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오씨는 원고 직원에게 담보로 제공하는 개포동 부동산의 등기필증을 분실했다고 말 해 원고가 종래부터 거래해 오던 법무사에 부동산등기법상의 확인서면의 작성을 의뢰했으나, 법무사는 위조된 주민등록증의 사진과 오씨의 얼굴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인감증명서를 대조하는 방법으로 신원을 확인하고 확인서면을 작성했다.



원고의 대출담당 직원은 현장 확인 대신 동사무소에서 김씨의 주민등록표를 열람하는 방법으로 주민등록 전입세대 및 임대차 현황조사를 해 임차인이 없음을 확인했다.



원고는 김씨 소유의 부동산에 채권최고액 3억9천만원의 근저당권 설정등기를 마치고, 6월25일 대출금 3억원에서 인지대 등을 공제한 2억8천여만원을 오씨의 통장으로 입금했다.



등기소로부터 자신의 부동산에 근저당권 설정등기가 마쳐졌다는 통지서를 받은 김씨가 다음달인 7월5일 원고에게 항의하며 근저당권의 말소를 요구하자, 원고는 사실을 확인한 후 근저당권을 말소했다. 이어 피고를 상대로 본인확인절차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고 인감증명을 발급한 잘못이 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원고는 김씨와 오씨를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 사기 등으로 고소하였으나, 서울중앙지검은 김씨에게는 고소장 각하를, 오씨에게는 소재불명을 이유로 기소중지했다.



재판부는 먼저 "인감증명 발급 신청을 한 사람이 인감증명의 발급대상자인 본인과 다른 사람이었음이 사후에 밝혀졌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감증명 발급 담당공무원에게 본인 확인 등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는 것으로 사실상 추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2002년 3월25일 개정된 현행 인감증명법 아래서는 인감증명은 인감 자체의 동일성만 증명할 뿐이고, 거래행위자의 동일성 및 거래행위가 행위자의 의사에 의한 것임을 증명하는 기능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인감증명에 의하여는 제출한 인감의 동일성 여부만 확인할 뿐이고, 대출신청자가 김씨 본인인지 여부 및 대출신청이 그의 의사에 의한 것인지 여부는 인감증명 이외에 주민등록증, 등기관계서류 등 서면의 검사, 필요한 경우에는 현장조사와 관계자 면담 등을 행하여 자기 책임으로 본인 확인을 하였어야 할 것인데도 원고는 김씨 명의의 인감증명만 믿고 그대로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감증명서 발급 담당공무원의 과실로 인한 인감증명서의 부정발급과 원고의 대출 사이에 법률상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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