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죄와 직무유기죄는 법조경합의 보충관계에 있으므로 양 구성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 작위범인 증거인멸죄만 성립하고 부작위범인 직무유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19일 오락실에서 압수한 수천만 원대의 오락기 변조 기판들을 업주에게 되돌려 주도록 부하직원에게 지시해 증거인멸죄와 직무유기죄 혐의로 기소된 경찰 간부 김모(48)씨에 대한 상고심(2005도3909) 선고공판에서 증거인멸죄만을 인정해 징역 10월을 선고한 원심을 대법관 전원이 일치된 의견으로 그대로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압수물을 경찰서 수사계에 인계하고 검찰에 송치해 범죄혐의 입증에 사용하도록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부하직원에게 압수한 변조 기판을 돌려주라고 지시해 했다면 직무위배의 위법상태가 증거인멸행위 속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와 같은 경우에는 작위범인 증거인멸죄만이 성립하고 부작위범인 직무유기(거부)죄는 따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와 달리 사법경찰관인 피고인이 피의자 등에게 관련자를 은폐하기 위해 허위진술을 하도록 교사했다면 타인을 교사해 증거인멸죄를 범하게 한 것인 동시에 그것이 또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거부한 것이 된다고 판시한 67년 7월4일자 66도840 판결은 변경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2003년 5월 일선경찰서 방범과장으로 근무하던 중 불법영업을 하던 오락실에서 압수한 오락실 기판 170여개 4,400여만원 상당을 지인의 부탁을 받고 업주에게 돌려주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는 징역 1년을, 2심에서는 징역 10월의 실형을 각각 선고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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