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앞둔 고령의 직원들을 한직(閑職)으로 배치해 일선업무를 맡기지 않는 시중은행들의 이른바 '후선배치' 관행이 정당하다는 고법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은 특히 후선배치가 잘못이라는 1심 판결을 뒤엎고 이같이 판결,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시중은행들에선 정년예정자들에 대한 후선배치가 인력구조 개선의 수단으로, '역직위'이란 명칭 등으로 흔히 시행되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김병운 부장판사)는 8월18일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한직인 교수직으로 전보조치한 것은 무효이니 삭감된 급여를 지급하라"며, 이모씨 등 전직 중소기업은행 직원 24명이 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05나109761)에서 은행측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판결을 뒤엎고, 원고들의 소를 모두 각하했다.
피고 은행은 2000년 9월 이전부터 시행해 오던 '후선배치인력 관리기준'을 개정해 '일반직원 중 정년대상자'를 일정업무가 없는 교수직으로 후선배치할 수 있도록 했으나, 개정 당시 노조의 동의는 받지 못했다. 피고의 인사규정에 따르면 정년은 58세이며, 2001년 이후에는 후선배치 기준 연령은 만 55세였다.
피고 은행은 2001년 1월~2003년 2월 만 55세를 앞둔 이씨 등 24명을 교수직으로 전보발령했다.
이씨 등은 또 2001년 12월 이후 정상직원 대비 연간급여가 최대 39.4% 수준까지 삭감 지급받아 왔으나, 피고는 보수 삭감에 노조의 동의를 받았다. 이씨 등은 비노조원이었다.
이씨 등은 전보발령 이후 정년으로 당연퇴직하거나 희망퇴직신청에 의해 피고 은행으로부터 모두 퇴직한 후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으나, 피고가 항소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대법원 판결을 인용해,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사용자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고 밝혔다.
이어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전보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 · 교량하여 결정되어야 할 것"이라며, "업무상의 필요에 의한 전보 등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정년예정직원 교수발령제도는 연령을 이유로 특정 근로자에게 퇴직을 강요하거나 달리 불이익을 주기 위하여 시도된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인적 구조조정을 통하지 아니하고 인력구조를 효율적으로 운용함으로써 전체 근로자에게 보직 및 승진 등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피고가 만 55세를 기준으로 점진적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후선배치와 그 실질적 내용이 유사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전보발령의 업무상 필요성도 높은 정도로 있었다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가 연령만을 기준으로 일반직원 중 정년예정자를 일률적으로 후선배치하였다고 하여 그 기준이 합리적이지 않다거나 공정하지 않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후선배치는 종래 인사관행에 의하여 계속 시행되고 있던 것으로 원고들에게도 이미 예견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업무상 필요성 및 원고들 또한 그러한 후선배치에 따른 이익을 누렸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원고들과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이 사건 각 전보발령이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원고들이 전보발령 이후 급여의 삭감이라는 생활상의 불이익을 받고 있으나, 업무상의 필요성과 현재 널리 시행되고 있는 임금피크제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불이익이 사용자의 인사권한의 재량을 부정할 만큼 원고들이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정도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전보발령이 무효이거나 임금삭감을 규정한 보수규정이 무효라는 것을 전제로 미지급된 임금을 구하고 있는 원고들의 금원지급청구는 이유없다"고 각하하고, 전직무효확인청구는 "원고들이 이미 모두 퇴직해 버려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각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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