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26일 새벽 4시15분쯤 대전에 사는 김모씨의 19층 아파트에 가스 배관을 타고 강도가 침입, 현관문을 열어 다른 동료들을 끌어 들인 후 범행에 나섰으나, 이들의 움직임이 천정에 부착된 열선감지기에 감지돼 도난경보장치가 울렸고 이상신호를 감지한 경비업체에선 즉각 경비원에게 출동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경보장치에 놀란 강도가 김씨로부터 보안카드를 넘겨받아 곧바로 경보장치의 작동을 해제해 경계해제신호를 접수한 경비업체 직원이 전화로 이상 유무를 확인했으나, 전화를 받은 강도가 "실수로 경보장치를 잘못 작동시켰다"고 둘러대자 이를 믿은 경비업체 직원이 더이상의 확인없이 경비원 출동지시를 철회하는 바람에 강도가 2시간 가량의 범행끝에 로렉스 시계 등 귀중품을 털어 달아나 버렸다.
이 경우 경비업체의 형식적인 전화확인에 이은 경비원 미출동을 경비용역약관에서 정한 중과실로 보아 경비업체에 도난 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대전지법 민사3부(재판장 황성주 부장판사)는 지난 3월29일 귀중품을 잃어버린 김씨가 무인경비용역업체인 C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05가합4516)에서 피고의 중과실 책임을 인정, "피고는 원고에게 526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보장치가 작동하였다는 것은 범인이 실내에 침입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 경우 통화하는 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은 극히 초보적이고 원론적인 필수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강도범에게 형식적인 확인을 하여 그로부터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고는 추가 조치 없이 경비원에 대한 출동 지시를 철회함으로써 결국 강도범행이 실현되도록 방치한 중대한 잘못이 인정된다"며, "피고는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경비용역계약을 맺은 사람은 여성이었으나, 사건 당시 전화를 받은 강도는 여성이 아니었다.
재판부는 또 "보안경보음이 울리는 상황에서 원고가 당황하여 스스로 강도에게 보안카드를 교부한 것은 다소 경솔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으나, 당시 강도가 실내에 침입하여 원고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 극도로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원고가 겁을 먹고 스스로 강도에게 보안카드를 교부한 사소한 잘못을 들어 약관에서 정한 보안카드 관리책임을 다하지 못하여 사고를 유발한 경우에 해당한다거나, 이로써 피고를 면책시킬 수 있을 정도의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피고의 면책 주장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가 강도들로부터 특별한 위협을 받기 전에 당황하여 즉시 스스로 보안카드를 내주어 도난경보장치가 짧은 시간 내에 해제되도록 한 잘못이 있고, 이로 인하여 피고측 관제원의 경각심이 감소되어 범행 현장에 경비원이 출동하지 아니하는데 다소간 기여를 하였다고 보인다"며, 피고의 책임을 8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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