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이달부터 통합도산법 시행… 신청자 평소보다 2배 늘어
지난 1일 통합도산법이 시행된 이후 개인파산 신청자가 평소 보다 두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담보채무 10억원, 무담보채무 5억원을 초과하는 고액채무자도 회생절차 이용이 가능해 지면서 26억원의 빚을 진 의사 등 2명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신속한 사건해결을 위해서는 파산부의 인력충원이 더욱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이진성 수석부장판사)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은 851건, 회생사건 3건, 개인회생 90건으로 집계됐다. 통합도산법이 시행되기 이전의 개인파산 신청이 하루 평균 150~170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개인파산 신청 급증은 개인파산 신청비용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공고료 부담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또 면책을 신청하면 반드시 면책심문을 거쳐야 하던 종전과 달리 면책심문절차를 임의화해 채무자가 굳이 채권자 얼굴을 보지 않고도 파산절차를 끝낼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관계자는 "전체 수수료중 50% 이상 차지하던 공고료가 없어지는 바람에 개인파산 신청이 늘은 것 같다"면서 "앞으로 개인파산 신청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인이 파산신청을 할 경우 공고료와 송달료 등을 포함해 일반적으로 30~40만원의 비용이 들게 되며 이중 27만원 가량이 공고료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파산 등 신청이 급증하면서 파산부 업무도 크게 가중될 전망이다.
개인파산을 신청하기 위해 법원을 찾은 이모씨는 "대법원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하면 된다는 정보를 접하고 통합도산법이 시행되는 시점에 맞춰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속한 사건해결을 위해서는 절대적인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됐다. 현재 파산부의 판사는 모두 15명이다. 이 인력으로는 밀려드는 사건을 해결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파산부의 업무과중을 알고 인력을 충원하고 있지만 지난 2월 법관정기인사에서는 1명 증원에 그쳤다.
개인파산외에는 구제수단이 없었던 고액채무자의 경우 통합도산법 시행으로 회생절차 이용이 가능해짐에 따라 병원을 운영하며 큰 빚을 진 의사 등이 회생을 신청했다.
서울 모 병원의 내과과장을 지낸 개업의 박모(48)씨는 26억원의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고액채무자로는 처음으로 법원에 회생신청을 냈다.
박씨가 '채무자'의 멍에를 쓴 것은 IMF사태 직후 후배의 빚 3억5,000여만원을 떠안게 되면서부터다. 박씨는 진료를 계속하면서 빚을 조금씩 갚아나갔지만 수입이 생길때마다 채권자들이 박씨를 상대로 압류, 가압류를 집행하는 바람에 늘 빚에 쪼들렸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암에 걸려 수술까지 받은 박씨는 '하루벌어 하루 갚는' 채무자 생활을 계속하는 동안 빚이 어느새 26억원으로 불어났다. 담보채무가 10억원을 넘는 개인은 파산을 신청하는 것 말고는 구제수단이 없다는 점도 박씨를 구석으로 내몰았다. 자격정지 등 불이익을 우려해 계속 빚을 키운 박씨는 고액채무자의 회생길이 열리자 마자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박씨는 당시의 경험을 떠올리며 "내 자신도 치료를 받으면서 계속 빚을 갚아 나갔지만 한달이라도 이자를 갚지 않는 날엔 채권자들이 병원이며 집으로 쉴새없이 독촉전화를 걸어와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통합도산법 시행 첫날 개인파산 신청이 예상보다 큰폭으로 증가하자 접수담당 직원을 1명 더 배치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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