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살며 서울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회사원이 부동산투자회사로부터 권유를 받아 개발예상지역의 밭을 샀다가 농지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게 됐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강국 대법관)는 지난 2월24일 부동산투자회사 전화상담원으로부터 권유를 받아 경부고속전철이 통과하고 오송생명과학단지가 설치된 충북 청원군 오송리의 밭 685평을 공동으로 매수한 후 지분이전등기를 위해 허위의 농업경영계획서를 작성, 제출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다는 혐의(농지법 위반)로 기소됐으나 1,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회사원 구모(47), 박모(39)씨에 대한 상고심(2005도8802)에서 검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유죄취지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이는 부동산투기 억제와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을 관철하겠다는 대법원의 의지가 실린 판결이어 주목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은 영농경험이 전혀 없는 자들로서 이 사건 농지를 매입하기 이전부터 현재까지 서울에서 가족들과 거주하면서 서울에 있는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해 왔으며, 이 사건 농지를 매입하기 이전에는 서로 만난 적이 없는 사이였던 사실 등을 알 수 있다"며, "피고인들의 직업 및 경력, 거주 및 가족상황, 이 사건 농지를 매수하게 된 경위, 피고인들 상호간의 관계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들이 직접 농업경영에 이용할 목적이나 의사로써 이 사건 농지를 매수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매입당시 이 땅위에 식재돼 있던)두충나무의 재배 · 관리에 많은 노동력이 소요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1년에 3~4회 가량 내려와 가지치기를 하거나 풀을 베는 정도만으로는 사회통념상 묘목을 재배하거나 농작물을 경작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두충나무는 예전부터 식재된 채로 사실상 방치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여질 뿐 실제 묘목으로 판매된 적이 있다거나 경제성이 있다고 볼만한 자료도 찾아볼 수 없는 점, 이 사건 농지를 매수하기 전에는 서로 알지도 못했던 피고인들이 공동으로 두충나무를 경작하기로 했다는 것도 경험칙상 선뜻 받아들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들이 두충나무를 재배 · 판매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할 것이고, 농업경영계획서의 내용은 허위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우리나라의 부동산 투기 실태와 정부 수립 이래 경자유전의 원칙에 따라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를 계속적으로 제한하여 온 규제 연혁 등에 비춰 볼 때,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농지를 취득하는 경우에는 법령상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경험칙상 쉽게 알 수 있을 것임에도 피고인들이 이 사건 농지를 자경할 의사 없이 매수하기 위하여 그 취득에 필요한 농업경영계획서 제출이나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에 관한 일체의 사무를 부동산투자회사 직원에게 일임한 것은 결국 법령에 위반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게 될 것이라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용인 내지 묵인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들에게 농지법 위반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구씨와 박씨는 2002년 10월 부동산투자회사 전화상담원으로부터 충북 청원군 오송에 고속전철역이 개통되는 등 개발이 예정돼 있어 앞으로 땅값이 오를 것이니 땅을 매수하라는 권유를 받고 두충나무가 심어져 있는 밭 685평을 거의 절반씩 나눠 합계 1억4800여만원에 매수한 후 부동산투자회사의 직원을 통해 농업경영계획서를 내고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같은해 12월 지분이전등기를 경료했으나, 농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검사가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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