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이 임차인의 동의 없이 점포의 위치를 임의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계약 조항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따라서 임대인이 임차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점포의 위치를 무단 변경한 경우 임차인은 이를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서울고법 민사7부(재판장 조병현 부장판사)는 7월5일 점포의 위치가 무단 변경됐다는 이유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한 임차인 A씨가 임대인 B씨를 상대로 낸 임대차 보증금 등 청구소송 항소심(2005나96964)에서 A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피고는 원고에게 714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03년 1월 B씨로부터 부산에 있는 모 쇼핑몰중 본관 지하 1층 87, 88호를 임차해 사용하다가 1년후인 2004년 1월 이 임대차계약을 본관 지하 1층 13호 0.5구좌와 15호에 관한 임대차계약으로 변경해 두 점포의 임대차보증금 7200만원과 장기임대료 등으로 7745만원을 지급했다.
B씨는 그러나 2004년 8월23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이 쇼핑몰 본관 지하 1층 매장의 칸막이를 변경하는 등 인테리어 공사를 시행하고 점포의 위치를 변경하게 되었으나, A씨에게 연락이 닿지 않자 두 사람 사이의 임대차계약 10조에 근거해 같은 해 9월1일자로 A씨의 점포를 본관 지하 1층 77호로 이동했다.
두 사람이 맺은 임대차계약 10조는 "임대인은 본 건물 또는 매장 운영상 필요한 경우에는 임차인의 임대장소를 이전하거나 또는 위치 및 면적을 변경할 수 있으며, 임차인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9월22일 B씨가 자신의 동의 없이 점포를 임의로 이동했다는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낸 데 이어 임대차보증금, 장기임대료 등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에 따르면 B씨는 상가 활성화를 목적으로 자신의 비용을 들여 점포개조공사를 했으며, 쇼핑몰의 본관 지하 1층 임차인 중 약 85%가 이에 동의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점포 임대차계약에 있어서 점포의 위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임대인이 임차인의 동의 없이 점포의 위치를 임의로 이동시킬 수 있도록 한 임대차계약 10조는 임차인에게 부당하게 불리하고,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계약에 따르는 임차인의 본질적 권리를 제한하는 조항으로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6조1항, 2항1, 3호에 의해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점포의 대다수 임차인들이 점포개조공사에 동의하고, 피고가 원고에게 점포 이동에 대한 동의를 구하기 위하여 연락을 시도하였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조항에 의한 점포의 일방적 이동이 정당화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무효인 임대차계약 10조에 의해 원고의 점포 위치를 일방적으로 이동시킨 것은 임대차계약에 정해진 임대차목적물을 사용, 수익하도록 해 주어야 할 임대인의 의무에 위반한 것이고, 또한 이미 점포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킴으로써 그 의무를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며, "쇼핑몰 지하 1층 13, 15호에 관한 임대차계약은 원고의 해지통보로 적법하게 해지되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임대차 보증금 등에서 연체 임대료와 관리비 등을 공제한 7140여만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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