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방법원의 한 판사가 부동산 명의신탁에 관한 기존의 대법원 판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판결을 선고하며, 사실상 판례 변경을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강제집행의 면탈이나 조세포탈을 목적으로 다른 사람 앞으로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놓았더라도 원래의 소유자는 나중에 부당이득반환의 법리에 따라 소유권을 되찾아올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경우는 도박자금 대여 등과 같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돼 원래의 소유자는 소유권을 되찾아 올 수 없고, 소유권은 명의를 빌려준 사람에게 확정적으로 귀속된다는 하급심 판결이 나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서부지법 이종광 판사는 6월9일 조카인 박모씨가 명의신탁해 놓은 대지와 주택의 소유권을 되찾아가겠다며 외삼촌 정모씨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2005가단2182)에서 이같이 판시, 박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 판사는 특히 A4용지 48쪽에 이르는 장문의 판결문에서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부동산실명제법)의 취지와 명의신탁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내용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이제 판례가 바뀔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정씨 명의의 등기는 박씨가 부동산실명제가 시행된 이후 자신에 대한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면탈하기 위해 정씨와의 명의신탁약정에 기하여 마쳐진 것"이라며, "박씨가 불법의 원인으로 급여한 정씨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에 대하여는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민법 746조에 의해 부동산의 소유권은 정씨에게 귀속되었으므로, 박씨가 부동산의 소유자임을 전제로 하는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하는 청구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불법원인급여의 사실은 당사자의 주장이 있어야만 적용 가능한 것은 아니고 변론에 나타난 사정에 의하여 법원이 직권(職權)으로 인정할 수 있다"며, "피고의 항변을 별도로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판사는 "이같은 결론은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재산을 차지하는 부당함에도 불구하고 부동산실명제법의 근간을 유지하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또 판결문의 맺음말에서 "수천억원의 형사 추징금을 받았던 전직 대통령이 자신은 가진 재산이 29만원 밖에 없어 추징금을 납부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그 자식들은 수백억원 대의 부동산을 가지고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사법(司法)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타인의 이름를 빌려 투기를 통해 부(富)를 축적하고, 다시 자신이 얻은 부에 대한 정당한 세금을 타인의 명의를 빌림으로써 포탈하고, 그렇게 얻은 돈으로 다시 투기를 하다가 빚을 지게 되는 경우 자기의 재산을 타인 명의로 해둠으로써 정당한 채권자가 아무런 권리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이런 상황은 이제 끝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판사는 "명의신탁제도가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중요한 원인이었고, 이를 극복하려는 정부와 국회의 의지가 부동산실명제를 만들어 냈다"며, "이제 부동산실명제 시행 10년이 흐른 지금 법원은 그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의류회사를 경영해 온 박씨는 1997년 IMF위기로 회사가 경영난에 처하고 채권자들로부터 강제집행을 당할 상황이 되자 유일한 재산인 서울 남가좌동의 대지 41.2평과 그 지상의 2층 주택에 대해 외삼촌이자 회사 직원인 정씨와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정씨 앞으로 1998년 1월 소유권 이전 가등기를 해 놓은데 이어 1999년 11월 매매를 원인으로 본등기까지 마쳤다.
박씨는 2005년께 소유권을 되돌려 달라며 정씨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냈다
게시글 목록
| 제목 | 첨부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 대법원 "일반조합원에게도 불법파업의 손배책임 물을수 있다" | — | 관리자 | 2026-07-01 | 7483 |
| "증거인멸죄에 포함"… 판례 변경 | — | 친절한 법무사 사무소 | 2026-07-01 | 7519 |
| 마시멜로 이야기'이중 번역 집단소송으로 비화 조짐 | — | 관리자 | 2026-07-01 | 7357 |
| "병원 홈피에 '국내 최고 수준의 척추전문병원'이라 광고했어도 과대광고 아니야" | — | 관리자 | 2026-07-01 | 6937 |
| 연예인과 엔터테이먼트사와의 노예계약은 무효" | — | 관리자 | 2026-07-01 | 2987 |
| 판사가 재판 잘못했더라도 부당한 목적없으면 손배책임 없다 | — | 관리자 | 2026-07-01 | 2223 |
| "보험사 보상팀장이 보험금 지급의무 인정하며 구체적인 액수가 확정될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한 경우 소멸시효 중단돼" | — | 관리자 | 2026-07-01 | 2064 |
| 대구지법 '토지수용 절차 없이 무단점유했다면 임야 소유주에 사용료 지급해야' | — | 관리자 | 2026-07-01 | 2292 |
| "2차 나가는 유흥주점 업주에 취업선불금 대여…윤락행위 알선죄 해당" | — | 관리자 | 2026-07-01 | 2202 |
| 여죄 추궁에 범행자백… 자수로 볼 수 없다 | — | 관리자 | 2026-07-01 | 2058 |
| "강제집행 면탈 위한 명의신탁은 불법원인급여…되찾아갈 수 없어" | — | 관리자 | 2026-07-01 | 13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