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미리 작성된 서면 불러주고, '음'하는 답변들어 만든 유언 무효

관리자

2026-07-01 09:35 게시

조회 1134

제3자에 의해 미리 작성된 서면에 따라 증인이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거동이 불편하고 사람을 잘 알아보지도 못하는 유언자가 동작이나 '음' '어'하는 간략한 답변으로 긍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유언은 유언으로서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유언상속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유언의 요건에 대해 엄격히 해석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 제1부(주심 고현철 대법관)는 3월9일 본처 소생의 아들이 낳은 손자(28), 손녀(30) 두 사람이 '유산을 후처인 둘째 할머니가 모두 상속한다'는 내용의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유언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유언집행자를 상대로 낸 유언무효확인의소 상고심(005다57899)에서 원고들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민법 1065조~1070조가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고 그로인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므로,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내용의 대법원 판례(2004다35533, 98다17800)을 인용하며, "민법 1070조 소정의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2인 이상의 증인의 참여로 그 1인에게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그 구수를 받은 자가 이를 필기낭독하여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하는 것인 바, 여기서 '유언취지의 구수'라 함은 말로써 유언의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을 뜻하므로, 증인이 제3자에 의하여 미리 작성된, 유언의 취지가 적혀 있는 서면에 따라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유언자가 동작이나 간략한 답변으로 긍정하는 방식은, 유언 당시 유언자의 의사능력이나 유언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비춰 그 서면이 유언자의 진의에 따라 작성되었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1070조 소정의 유언취지의 구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유언에 따라 망인의 모든 재산을 상속받는 사람으로 된) 배모씨는 유언 당일 변호사 3명을 망인의 병실로 오게 하여 자신이 미리 재산내역을 기재하여 작성한 쪽지를 건네주었고, 변호사들 중 한 사람이 그 쪽지의 내용에 따라 유언서에 들어갈 내용을 불러주면 망인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음' '어'하는 정도의 말을 한 사실, 망인은 이혼한 전처와 사이에 원고들의 아버지인 아들을, 후처인 배씨와 사이에 2남2녀를 두었으나, 유언 내용은 모든 재산을 배씨에게 상속하게 한다는 것으로서 전처 소생을 상속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내용인 사실, 전처 소생 아들의 부인인 망인의 큰며느리가 당시 병원에서 망인을 간호하고 있었는데 유언은 이 며느리가 없는 자리에서 이루어진 사실 등이 인정된다"며, "망인이 유언취지의 확인을 구하는 변호사의 질문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거나 '음' '어'라고 말한 것만으로는 민법 1070조 소정의 유언의 취지를 구수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망인은 유언 당시 건강이 극도로 악화돼 식사를 하지 못함은 물론 다른 사람이 부축하여 주지 않고서는 일어나 앉지도 못하였고, 큰며느리를 몰라 보거나 천장에 걸린 전기줄을 뱀이라고 하는 등 헛소리를 하기도 하였으며, 유언 당시 고개를 끄덕이거나 '음' '어'하는 정도의 말을 할 수 있었을 뿐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과 위암 초기 진단을 받고 1977년 12월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오던 유언자 정모씨는 병세가 악화돼 98년 1월3일 병실에서 3명의 변호사가 입회한 가운데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으로 '유언자 소유의 모든 재산을 당시 배우자인 후처 배씨에게 상속한다'는 취지의 유언을 하고 유언서가 작성된 후 이틀후 사망하자 전처 소생의 장남의 아들과 딸인 원고들이 '유언서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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